대덕종고 관련 고소건
- 작성일
- 2001.03.24 20:04
- 등록자
- 뉴OO
- 조회수
- 2655
아래의 글은 광주에서 발행한 인터넷 신문인 뉴스통의 기사다.
뉴스통은 광주에서 방송국과 지역 일간신문사 및 중앙 일간지 그리고 중앙 잡지사등에 현재 근무하고있는 기자들로 구성되어있는 인터넷 신문으로 각종 언론으로부터 많은 관심과 주목을 받고있으며 인터넷 신문중에 가장많은 독자를 확보하고있다고 생각되는 전남권 인터넷신문이다.
교장 선생님, 힘없는 시골기자를 쏘다.
서기 2001년 3월20일, <장흥신문>(주간 지역신문, 장흥군/읍 건산리)의 오귀석 기자는 관용 편지 한 통을 받았다. 보내는 사람은 장흥경찰서장이었고, 등기로 배달되었다. 지역신문의 중요한 보도자료는 팩스나 인편이 아닌 등기로 오는 관행이 있어 오기자는 보도자료겠거니 생각하며 봉투를 뜯었다. 내용물은 보도자료가 아니라 '출석요구서'였다. <장흥신문> 2월14일자(제206호) 1면 좌톱 "대덕종고 왜 이러나?"라는 제목의 기사를 두고 당사자 중 한 명이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오귀석 기자를 고소한 것이다.
기사의 골자는 전남 장흥군 대덕읍 소재의 대덕종합고등학교에서 교사와 교장의 갈등이 증폭되고 있는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내용은, 교사들은 갈등의 원인을 당시 교장이었던 최광우(현. 무안 현경중학교 교장)씨의 지나친 교권간섭과 음주추태 등의 이유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이에 대해 최교장은 "규정과 원칙대로 학교를 운영했다"며 "오히려 교사들이 학교파행에 책임이 있다"는 주장을 실은 기사였다.
뉴스통의 '냉철한' 시각으로 이 기사를 분석해본 결과 학교장의 입장보다는 교사와 학생들의 주장에 약간 더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그다지 문제될 정도는 아니라는 판단이다. 확인해본 결과, 최교장과의 전화인터뷰에서 "교사와 학생들의 주장을 반박할만한 합리적이고 근거있는 답변이 나오지 않았다"고 오기자는 증언하고 있는 것이다.
또 지난해 6월21일 전라남도교육청에 이종휘 교사 외 8인의 대덕종고 교사가 접수한 탄원서를 내용을 보면, 최교장만 인정하지 않고, 학생과 교사 모두가 생생하게 증언하는 각종 추태가 무수히 나열되어 있다. 예의 탄원서가 아니더라도 오기자는 현장의 숱한 증언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설사 사실확인이 충분히 되었더라도 톤을 낮출 수밖에 없는 지역의 독특한 분위기가 있다"고 오기자는 전한다. 팩트가 충분히 확인되었음에도 '지역의 분위기'를 고려해 톤을 낮췄는데, 오기자는 고소당하고 만 것이다.
왜 그랬을까? 혹여 만성적으로 재정난에 허덕이고, 일주일에 한번 나오는 특수주간지로서의 지역신문을 만만하게 봐서일까? 답은 그렇다, 이다. 그리고 이점이 뉴스통 기자가 문제삼고자 하는 점이다. 말하자면 '더 큰' 신문에 기사가 실렸다면 최교장이 과연 고소했을까 하는 의문이 든 것이다.
"장흥 대덕종고 '파행'-교사·학교장 갈등 심화, 학교장 퇴진 관계요로에 탄원"―<호남일보> 2001년 2월10일자 12면 지역소식(동부) 톱기사이다. 호남일보와 장흥신문의 기사는 내용과 톤에서 전반적으로 닮은 꼴을 하고 있는데, 이틀 먼저 보도된 호남일보 기사에 대해서 최교장을 '딴지'를 걸지 않았다. 아래는 최교장이 고소장을 통해 문제삼은 기사 중 호남일보와 장흥신문이 서로 중복되는 부분이다.
"학교장의 지나친 교권탄압과 교사폭행은 물론 사적인 감정 노출등 교장의 자질론까지 대두되고 있어 학교운영에 파행이 불가피 할 것으로 보인다."(호남일보)
"학교장이 교권에 대한 간섭과 탄압, 교사폭행은 물론 공적인 자리에서 사적인 감정을 노출하는 등 교장의 기본적인 자질문제까지 거론되고 있느 실정이어서 학교정상화에 어려움이 예상될 것으로 보인다.'(장흥신문)
"학생들과 야영장 수련회에서 술에 취한채 추태를 부린 것은 물론… 현장실습 등에서 교사들을 서슴없이 비난하고 있다"(호남일보)
"학생 지도단속이 통상적인 원칙에서 벗어나… 심지어 음주 후 추태를 부리고 학교 운영을 파행적으로 몰고 가…"(장흥신문)
"한편 전교조 장흥군 지부는 최근 장흥 대덕종고를 방문, 원만한 대책 마련을 위한 중재에 나섰으나 최교장은 중재안마저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호남일보)
"이와 관련 전교조 전남지부와 장흥지회는 올해 초부터 수차례 걸쳐 C교장과 관계기관등을 방문해 사태해결을 위해 노력했지만 특별한 성과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장흥신문)
같은 논조 보도의 일간지엔 침묵, 지방신문에는 딴지걸기
최광우 교장의 입장에서 봤을 때 어느 신문이 본인의 명예를 더 훼손했을까. 상식이 가르쳐준 바는 동종·동급의 기사가 이틀 먼저 나온 <호남일보>가, 지역주간지보다는 지방일간지가 더 영향력이 크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호남일보>가 본인의 명예를 더 훼손했을 것이라는 추론 역시 상식이다. 그런데도 최교장은 기사의 진실성 여부를 떠나 '덜 영향력있는' 신문의 신참기자를 고소했다. '골탕먹이기' 말고는 다른 이유를 찾기가 힘들다.
'대덕종고 문제'는 오프라인의 두 신문에만 보도된 것이 아니다. 오마이뉴스 조호진 기자는 <교권·인권침해의 현장>이라는 제목으로 2월16∼17일 사이 총 70매 분량, 세꼭지의 기사를 업로드했고, 그 내용은 앞서 언급한 탄원서의 내용을 가감없이 실어버렸다. 최교장의 반박 인터뷰를 빼놓지 않고 실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최교장의 행태가 만천하에 드러나는 기사였다. 물론 조기자는 고소당하지 않았다.
시각을 달리해보자. 지난해 9월 6일 사태를 수수방관하던 전남도교육청이 뒤늦게 개입하면서 <대덕종고 학교정상화 합의이행서>가 작성됐다. 합의이행서에는 ▲본교 교무 및 교사 복무에 관한 사항은 교감의 결재로 교장의 결재를 득한 것으로 간주한다 ▲교사와 교감은 합심하여 본교 교육과정 정상화에 노력한다 ▲학교장은 금번 사태를 계기로 모든 교사에게 직권내신 및 교사 신상에 관한 모든 불이익을 주지 않는다 등 6개항과 함께 언론공개를 금한다는 사족을 빼먹지 않았다.
이 합의이행서는 교장의 직무정지를 명한 거나 다름없는 문건으로, 최교장의 문제에 대한 '공적확인'의 의미를 담고 있다. 말하자면 최교장이 사실과 다르다며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바로 그 내용이 이미 5개월 전에 '사실'이라고 전남도교육청이 '도장'을 찍은 것이다.
오귀석 기자는 "이때부터(합의이행서 작성시점) 장흥지역에서는 대덕종고의 문제가 비밀 아닌 비밀로 이야기되고 있었다."고 말했다. 좋지 않은 일이 밖으로 새나가는 것을 싫어하는 이른바 '지역정서' 때문에 기사화를 보류하고 있었을 뿐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약속은 이행되지 않았고 사태는 확산됐다. 지난해 12월 교육청은 교장퇴진을 주도한 박모·이모 교사를 △성실의무 △복종의 의무 △직장이탈금지 △품위유지의 의무 등을 위반했다며 징계를 추진했고, 학교장 또한 박모·이모 교사 두 명에게 근무평점 '양'을 주고 조합원 8명에게 서면경고를 단행한 것이다.
합의이행서가 휴지조각이 되어버린 이 시점에서 오귀석 기자는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의 '확인' 취재에 들어갔고, 기사를 썼다. 반복되는 말이지만, 쓰면서 오기자는 '지역정서'를 고려해 기사의 톤을 낮추는 세심함도 보였다. 기사가 나간지 한달여가 지나서 오기자는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했다. 오직 <장흥신문>과 오귀석 기자만…
2월15일 전남도교육청은 최교장에게는 '불문경고'라는 아주 가벼운 초치를 취했고, 박모·이모 교사에게는 '견책'이라는, 최교장보다 더 무거운 징계를 내렸다. 또 최교장은 광주 인근의 무안 현경중학교로 발령이 난 반면에, 두 교사들은 각각 해남 북평상고와 황산실고라는 벽지로 발령을 받았다.
지역신문의 힘없는 기자는 고소당하고, 역시 힘없는 평교사는 옳은 일에 앞장서고도 불이익을 받았다. 역시 세상은 힘있는 자에게 유리하게 돌아가는가 보다. 상식과 합리, 정의보다도…
2001.3.24 <이정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