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신문 신춘문예 당선작 "어느 지방지 기자의 하루
- 작성일
- 2001.06.08 12:57
- 등록자
- 법OO
- 조회수
- 2449
퍼온 글(목포시청 홈페이지에서)
호남신문 신춘문예 당선작 "어느 지방지 기자의 하루"
내용
1. 출근: 아침 10시 전후로 자치단체 기자실로
2. 출근하면: 공보실이나 기자실 여공무원이 모닝 커피를 타준다.
모닝커피를 마시며 공보실에선 표정을 살핀다(왜냐면 표정이 안 좋으면 뭐 씹는 기사 쓸까봐-1번 한테 혼나거든)
*참고로 당초 공보업무는 국가시책이나 자치단체의 시책을 주민들에게 알리고 홍보하는 업무였으나 그 대상이 기자로 바뀜
3. 그다음: 기자들 취재하느라 힘드실까봐 미리써둔 보도자료를 줌(내용이 중요하고 꼭 홍보 할 기사가 있으면 담당과장을 불러들임, 공보실 직원 보고 잠깐 나가 있으라고 함, 뭘주고 받는지(?), 그리고 다시 들어오래 미리 만나지 못한 과장한테는 기사 내놓고 전화를 하지 '무슨무슨 기사 봤지? 내가 본사에 큼지막하게 내라고 했지. 하하하' 이러면 과장들 안내려오고는 못배기지.
*추가로: 보도자료도 잘써야 함 주고받는 정(?)이 없으면 내용이 '확'뒤집어 지는 수가 있슴
4. 점심: 월급이 따로 없으니까(월급은 받지만 지대(일명 종이값)로 수백만원을 회사에 바쳐야 기자시켜주니까) 하늘이 두조각 나도 자기돈으로 밥 안먹어(물론 월급 받는 기자들도 마찬가지) 별다른 약속이 없으면 공보실에서 당연히 모시고 가야지 안 그러면 일나지.
5. 그 다음: 물론 고스톱 치는 시간이지(돈따면 허허 웃고 잃으면 안색이 창백해지지. 그러면 좋은 것 잡고도 그냥 죽어야 돼. 자꾸 따면 기자님들이 바로 무슨무슨 시책이 잘 추진안된다며....그러면 그냥 잃어주는 거야) 이것이 게임의 법칙이지.
6. 가끔: 핸드폰을 받고 긴급히 나가. 우린 무슨 특종이 터진줄 알지.( 그다음날 우리 생각으로는 도저히 기사화 될 수 없는 것도 기사화돼. 가령 아무일 없이 가만이 있는 사람이 갑자기 사회봉사에 위대한 화신이되지. 10만원짜리 인가?)
7. 사진: 공보실 사진기사가 찍어서 기자실 여공무원이 스캔해서 이메일로 보내지 직접 찍는 경우는 거의 없어.(가끔 직접 찍으러 가는 경우도 있어. 수금하러 가나)
8. 6시 이후: 그냥 집에 안가. 가정보다 언론인으로서의 역할이 중요해서지(실·국·과장들과 시정에 대해 진지하게 토론하는 시간을 여자있는 술집에서 가져. 실·국·과장을 못잡으면 공보실 또 공보실 몫이지.(그러다 보니 공보계장 1년이면 3천만원짜리 마이너스 카드가 거뜬이지. 또 기사를 술집아가씨 배에다 쓰는지(이건 생략)...술은 무조건 폭탄주, 수류탄주, 회오리주 등등 양주, 소주, 맥주를
섞어 희한하게 마시고도 다음날은 쌩쌩하게 나타나...그게 참 신기해...난 죽것구만)
9. 경조사: 공보실은 읍면동 유관기관 연락실이야.(실적이 안좋으면 '어이 연락은 다 한거야' 그럼 우린 몸둘바를 모르지)
10. 말투: 결코 존댓말을 안써. 왜? 기자니까. 공보실장까지 깍듯이 존댓말을 써. 아무리 나이가 어려도(나는 기자는 나이가 많은데 백세주를 많아 마셔서 젊어 보이는 줄 알았어)
취재할땐 취조당하는 기분이야. 언제 우리나라 기자들이 사법권까지 가졌나...
11. 광고: 광고 달라고 할 때 안주면 아무리 견실시공 해도 공무원과 업자의 결탁의혹이 있고 부실시공을 일삼고 있다고 써대. 단골멘트는 '시공업자와 유착의혹이 일고 있다' 이말 한마디면 우린 사시나무 떨 듯이 바로 아웃이지.
12. 결론: 이글과 상관없는 기자분이 이 나라에 있다면 그분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전합니다. 공무원 생활 20년에 그런 기자 한명도 보지 못했지만....
감동 받았음. 어느분이 글을 쓰셨는지 모르지만 유머와 위트가 넘치고 속이 후련해짐.
어느지방지 기자의 하루 를 쓰신분은 너무 순진하셔....
그 내용에다 곱하기 1000은 해야 맞을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