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천재라고 혹씨 아실랑가 모르겄소이?
- 작성일
- 2001.07.19 15:07
- 등록자
- 리OO
- 조회수
- 2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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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천재(長川齋)라고 혹씨 아실랑가 모르겄소이?
우째우째해서 내 홈페이지에 들어와 보고 직장으로 전화를 해 본 모냥인디, 홈이라고 맹글어 놓고는 관리라고는 도통 하덜 못해갖고 이엉 몇 년 못 갈어 인 초가집 맹쿠로 구신나올 것같은 집이라 헐어불라고 했는디 그나마 고것 땜시 불알친구 연락도 되고 그라요 잉. 각설하고, 고놈 불알친구 전화받고 나서 한참동안 일이 손에 안잡힙디다. 휴게실 내려가서 댐배만 뻐끔뻐끔 피움서 옛날 생각이 나서 혼자 눈을 지긋이 감어 불었소 안. 지 고향이 자응(장흥)인디요이. 혹시 천관산이라고 들어 보셨능가 모르겄소이. 대덕하고 관산 경계에 있는 산인디, 이름부터가 심상치 않제라우. 천관(天冠)이라믄 중국의 황제가 쓰던 관 아니겄소. 구룡봉(九龍峰)이 바우들로 되아 있는디 멀리서 보믄 영락없이 금관 모냥을 하고 있단 말이요. 그래서 천관산이라는 이름이 붙었는 갑습디다야. 기실 젤로 높은 봉우리는 연대봉인디 옛날 봉화가 있던 자리라 그라고 부른다고 안 하요. 거기 딱 서믄 날씨 맑은 날은 제주도 까정 보인다고들 합디다마는 지는 한 번도 못봤고, 회진포로 혀서, 소록도로 혀서 남해안 다도해가 눈앞에, 발아래 쫙 펼쳐지고, 북짝으로 눈을 돌리라치믄 사자산, 억불산, 제암봉은 물론이고 영암 월출산, 날 좋을 띠는 무등산, 지리산까지 눈에 잡히지라우. 참 가실에는 억새가 쥑여조라우. 그란디, 워낙에 장흥이라는 디가 산들 이름이 진짜로 휘황찬란한 디여라우. 억불산(億佛山), 사자산(獅子山), 제암산(帝岩山), 거그다 천관산... 군웅할거의 지형이라 큰 인물이 못난다고도 합디다마는. 그 천관산을 올라가다 보믄 '장천재'라고 부르는 꼴짝이가 있는디 長川齋라는 제각(齋閣)이 있어서 그라고 부르는 모냥입디다. 혹시 존재 위백규라고 들어 보셨소? 호남 실학의 거장이지라우. 김정호보다는 백년을 앞선 인물이고 1700년대를 사신 냥반인디. 왠만한 검색엔진에는 다 걸려 드껏인께 한 번 찾아 보씨요. 그 냥반이 장천재에서 수학을 허고 후진을 양성했다고 합디다. 그란디 그 재각 올라가기 직전에 '숲의 둠벙'이라는 쪼끄만 둠벙이 있단 말이요. 누가 은제부터 그라고 불렀는가는 몰라도 우리끼리 그라고 불렀는디, 지금 아그들도 그라고 부를랑가 모르겄소이. 그 물이 을매나 씨원하든지 깨벗고 들어갈라치믄 발꼬락부터 사알살 집어너야제 안그라믄 고치 얼어불 정도랑께요. 고 둠벙 바로 우게 영락없이 논가운데 사람이 엉덩방아 짛은 것 맹키로 궁뎅이 자국 모냥을 하고 있는, 어른 여남은 명은 족히 앉고도 남을 만치 큰 바우가 있단 말이요. 우리덜은 그 바우를 '거인 바우'라고 불렀지라. '숲의 둠벙'은 거인이 발딱은 디라고도 하고, 거인이 앉어서 오줌 눈 자국이라고도 하고, 고거 갖고 친구덜하고 싸우던 기억도 나구만이라우. 그 '거인 바우'옆으로는 쪼꼬만한 폭포가 있지라우. 폭포라고 해도 될랑가? 거그 올라가서 둠벙으로 자맥질도 허고.... 오메, 옛날 생각 나구마이. 그때만 해도 사람들이 벨라 놀러 오도 않고, 온닥해도 당동리 장동냥반, 옥동 군동냥반, 평화촌 어동양반, 국민학교 위소사.... 다들 아는 사람들 뿐이었고, 그냥반들야 오든 가든 신경 안쓰고 있다가 가끔 대가리 굵은 지집애들이라도 올라올라치믄 거인바우위에 앉어서 고치 말리던 넘들이 '엇 뜨거!'허고는 둠벙으로 퐁당 빠져서 언능 고치 감추고는 혔는디... 그 때 제법 젖봉오리가 솟은 고 지집애 - 우리덜 한티 돌맹이 하나 던지고 도망간 - 그 애기 이름이 뭐드라..... 은제부터인가는 몰라도 자가용도 올라오고 못보든 얼굴덜이 보이기 시작하드만 거그서 멱감는 애기들도 차츰 쭐어들던 기억이 나구만이라우. 나가 자응 떠난지가 벌써 몇년이다냐? 오메, 벌써 십년이 다 되아불었어야. 아그들아! 으디서 뭐하고 있냐? 숲의 둠벙 한 번 안가끄시냐. 숲의 둠벙 가기 전에 군동떡 밭에서 밑도 지대로 안든 고구마 서리 하던 기억 안나냐? 밀이삭 꾸어 묵고 입주댕이 시꺼매져갖고.... 아그들아! 함 보자........ * 아랫쪽 사진은 장흥군청에 근무하는 엄길섭님의 작품입니다. ======================== 리장집 설강 우게 빈 술잔 ======================== 리장 김구환 kh982@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