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농원이야기
- 작성일
- 2001.07.24 13:21
- 등록자
- 버OO
- 조회수
- 2357
매화꽃을 보러 섬진강에 갈 계획을 세웠었다. 그러나 그 계획은 아주 쉽게 취소됐다.
장흥읍에서 20분 거리, 안양면 운흥리 산자락에 약 4만평의 매화농원(청매원)이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4만평이면 국내 최대규모다. 보해농장이 6만여평을 자랑한다고는 하지만, 거기는 개인이
아닌 기업의 소유이고, 또 실제로 식재된 수목을 기준으로 한다면 청매원과 별반 차이가 없
다는 게 주인 김준호(52)씨의 설명이다.
섬진강변 다압마을에 산재해 있는 4,000~5,000평 규모의 매화농장에 비교한다면 청매원은 거대기업이라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금년에만 해도 다압에서 네차례 견학을 왔다 하니, 청매원의 위상이 어렵지 않게 짐작된다. 하지만 단순히 규모가 크다 해서 이들이 청매원을 찾는 것은 아니다.1996년까지만 해도, 김준호씨는 잘 나가던 서울 모제약회사의 기조실장이었고 스스로 관련 자회사도 설립, 운영했었다. 그러던 중 구제금융 한파로 극심한 경영난을 겪은 김씨는 패션디자이너 출신의 부인 김영습(45)씨와 함께 귀농을 결행하게 된다.
같은 해, 김씨 부부는 친지소개로 안양면 운흥리의 농원을 인수하고 매실 2,000주를 정성들여 가꿨다. 처음 지어보는 농사였지만 밤을 새워가며 전문서적을 탐독했고 장흥군농업기술센터를 방문하는 등 현장기술 습득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1997년 5월, 김씨 부부는 난생 처음으로 매실 20톤을 수확했다. 숙련된 농업인이 60톤을 거뜬히 거둬들이는 것을 감안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지만, 그들이 거둔 것은 매실이라기보다 '희망'이었다. 2001년 현재 청매원의 매화나무는 3,500여주. 지난해에 약 35톤을 수확했고 앞으로 4년 안에 100톤 규모까지 수확량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김씨 부부는 두 가지의 희망을 더 개척했다. 그 하나는 <매실분말식품 개발 및 고형물 가
공 기술개발>이라는 테마로 장흥군농업기술센터와 함께 추진하는 연구프로젝트이고, 나머지 하나는 억불산에 방치되어 있는 밤나무밭을 임대하여 또 하나의 '경제수'에 도전해보겠다는 포부가 그것이다.
앞의 것의 경우 공급은 넘치고 새로운 수요는 창출되지 않고 있는 매실 시장에 '대량소비'가 가능하도록 다양한 매실가공품목을 만든다는 발상에서 출발한 연구이다.
또 뒤의 것은 논·밭·바다 등 재래적인 생산기반에서만 수익을 염두에 두고 있는 장흥의 현실에서 '경제수를 통한 임야의 수익사업화'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하겠다.
"중요한 것은 발상의 전환, 미래를 바라보는 참신한 시각이지, 지금 내가 중앙에 있느냐, 지방에 있느냐, 도시에 있느냐, 농촌에 있느냐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60∼70년대에 서울대 토목과에서 공부한 재원이었고, 불과 몇 년 전만해도 화려한 서울생활을 누렸던 '인사이더', 청매원 주인 김준호씨가 귀농 이후 얻은 가장 소중한 깨달음이라고 한다.
청매원이, 매화꽃 향처럼 알싸한 삶의 활력을 장흥 땅에 불어넣어 줄 것을 기대한다.
전라도에서 퍼옴
- 최종업데이트
- 2025.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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