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갑이 넘어 시집을 출간한 장흥인이야기
- 작성일
- 2001.07.24 13:24
- 등록자
- 버OO
- 조회수
- 2280
"시(詩)를 쓴다는 것은, 더욱이 시다운 시를 쓴다는 것은 한동안 시를 잃어버려 시의 소중함을 절실히 느낀 사람만이 가능한 것 같습니다."
관산읍 옥당리 출신 위선환 시인(61). 유년시절을 같이 보낸 그의 지인들은 학창시절 때 시를 쓰던 그를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30여년동안 '잠적'해 있다가, 60이 넘은 지금 그가 첫 시집을 발간한 것은 하나의 '사건'일 수밖에 없다. <나무들이 강을 건너갔다>(현대시 刊)는 그래서 단순한 시집 이상의 어떤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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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년만에 시를 쓰는 것이 전혀 어색하지 않았습니다. 언제나 매일같이 시를 써온 것처럼 99년 4월부터 그렇게 시를 다시 시작했습니다. 물론 주위에서 늦었다라는 평을 많이 받기도 했지만 언제나처럼 고향에 흐르는 탐진강이 저의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에 전혀 힘들지가 않았습니다.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지고 매사가 즐거울 따름이었죠."
다시 시작했다고 해서 이번 시집 이전에 어떤 문학적 성과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시에 대한 지극한 사랑때문에 '일하면서 틈틈히 쓴다'는 식의 자세는 스스로에게 허용되지 않았다. 오직 시에만 매달리는, 이른바 전업으로서 시쓰기만이 시를 대하는 올바른 태도로 알았던 터라 생활인으로 살아갈 때는 시를 쓰지 않았다. 다니던 직장에서 명예퇴직, 그리고 나서 시인으로 전업… 그래서 시인에게는 시작했다는 표현보다 '절필 후 재기'라는 수사가 더 어울릴 것 같다.
수십년간 시를 잃은 위선환 시인은 내내 아파하며 살아왔다. 그러면서도 전업이 아니면 시를 쓰지 못하는 성격 때문에 그 아픔을 길게 견뎌야 했다. 그렇게 긴 아픔을 견디다 보니 5,000매가 넘는 클래식음반을 소장한 마니아가 됐고 25년을 넘게 산을 익힌 산꾼이 되기도 하였지만 결국 시를 쓰는 본래의 자리로 돌아온 것이다.
<나무들이 강을 건너갔다>라는 시집은 자연물상을 존재론적으로 얘기한 제1부 '정숙', 고향인 장흥을 매개로 한 25편의 시가 모여 있는 제2부 '탐진강', 장자의 도가적인 禪을 바탕으로 한 제3부 '비개인 뒤'로 구성되어 있다. 제2부 탐진강에 대해 질문하자 시인은 탐진강과 자신의 관계를 이렇게 정리했다.
"탐진강은 보는 각도에 따라, 시대상황에 따라, 계절에 따라 다르게 보입니다. 무궁무궁한 변신을 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항상 그 모습 그대로인 강의 모습에서 나의 정체성을 확인할 수 있었을 뿐입니다."
탐진강은, 그러니까 장흥은 곧 자신을 비추어 반성케하는 거울과 같았다는 이야기로 들린다.
위선환 시인은 '눈덮인 하늘에서 넘어지다'라는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다. 평문, 음악실, 자료실, 근작 시편 등으로 운영되고 있는 그의 홈페이지는 시인에 대해, 그리고 시인의 시사랑을 엿볼 수 있는 좋은 장소다.(http://yago30.hihome.com)
전라도에서 퍼옴
- 최종업데이트
- 2025.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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