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농연 전남대회 사건의 전말
- 작성일
- 2001.08.19 09:50
- 등록자
- 나OO
- 조회수
- 2311
한농연 중앙연합회에서 퍼왔습니다
지난 8월 10일 저녁 전남 장흥 남도대학에서는 제6회 전남 농업 경영인대회가 있었다. 필자가 도착한 시간은 오후4시쯤. 전남 22개군에서 참가한 농업경영인들과 가족들, 그리고 저녁시간에 개최되는 MBC녹화에 관심있는 지역주민들로 남도대학은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경찰 추산 2만여명).
특히 그 날은 비디오 사건으로 오랜동안 모습을 볼 수 없었던 가수 백지영 그리고 김국환 등이 MBC녹화에 출연한다고 해서 더욱 인파가 몰렸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그 날 무대에서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MBC방송 책임자 두사람이 무대 위에 올라가 관객을 상대로 사과 방송을 하고 있었다. 대략 'MBC녹화팀이 뱉은 말이 여러분 가슴에 상처를 주었다면 사과드릳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행사장에는 정사복 경찰들이 좍 깔려 있었다. 녹화에 힘써야할 방송책임자는 무대위에서 사과를 하고 사복형사들까지...
무슨 일일까?
주변 사람들을 상대로 말을 모아보고 주최측(한농연 전남지부)과 MBC방송국 경찰측의 얘기를 들어보니 사태의 전모를 파악할 수 있었다.
사건의 발단은 바로 전날
MBC노래자랑(노래열전/사회 뽀빠이)을 위한 예심이 열렸는데 막판에 참가신청자들이 몰렸고, 주최측(한농연 전남지부)의 요구로 다음행사-허경만 전남지사 등 VIP가 참석하는 개막식- 때문에 참가자들을 소화하지 못한 채 불가피하게 예심을 끝냈다고 한다..
따라서 마지막 몇 사람이 예심에 참여하지 못했고 여기에 불만을 품은 영광군 지부 소속 과격 회원 한 사람이 예심 사회자에게 물기 머금은 모래를 수차례 던지고 욕설 및 삿대질을 해가며 격렬하게 항의를 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MBC측에서는 예심을 끝낸 것은 주최측의 요구에 따랐으므로 주최측과 얘기할 것을 거듭 얘기했으나 막무가내였다고 한다.
다음 날
오후 4시 쯤
이 번에는 술 냄새 풍기는 6-7명의 영광군 지부 회원들이 각목으로 무장한 채 녹화 PD를 에워싸고 전날 일에 대해서 항의하며, 전날 예심에 참여하지도 않았던 영광 지부 아줌마를 노래자랑에 포함시켜줄 것을 요구했으나 PD로부터 거절당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그 PD는 절차를 무시한 부당한 요구를 들어줄 수 없었으며 갖은 욕설세례와 험악한 상황에서 신변에 위협을 느꼈다고 한다.
항의자들이 추천한 아줌마를 출연시키지 않을 경우, 녹화방해와 더불어 무대를 부셔버리겠다는 협박도 있었다고 한다.
상황이 급박해지자 멀리 떨어져있던 방송국 녹화팀들이 달려와 PD를 보호하기에 이르렀고, PD를 뒤쫓아가던 영광군 지부 과격 회원 몇 사람이 MBC 중계차로 달려가 각목과 객석의자를 들어 중계차를 발로 차고 녹화장비를 부수려고 했다고 한다.
이 때 MBC측의 장비보호 요청을 받은 장흥경찰서 소속 정사복 경찰이 현장에 출동했는데 쉽게 그 소동은 가라앉지 않았다고 한다.
경찰 출동 이후에도 갖은 욕설과 비방은 계속되었고 장내 마이크를 통해 MBC측이 녹화비용으로 4,000만원을 챙겼다고 선무했다.
그러나 확인 결과 MBC측은 녹화비용으로 1,000만원을 받았다고 한다.
또한 녹화장비에 대해 위해를 가하려는 상황에서 MBC녹화팀과 영광 지부 회원들간에 오가던 특정인에 대한 욕설을 옆에 있던 항의자가 이를 악의적으로 MBC직원이 '이 행사를 거지잔치'라 했다고 퍼뜨리며 옆에서 지켜보던 군중들을 흥분시켰다고 한다.
순식간에 행사장은 아수라장이 되었고, 점점 MBC대 농민간의 갈등으로 번져갔다.
이후 장흥경찰측의 적극 중재로 MBC방송 책임자가 무대에 올라 농민들을 언잖게했던 '거지표현'에 대해 사과를 하고 녹화는 진행될 수 있었다.
이 사태의 원인을 제공한 주최측(한농연 전남지부)은 그 당시 어떤 조치를 취하고 있었을까? 당시 현장에서 지켜보던 이들에 의하면 한마디로 무기력 그 자체였다고 한다. 이에 대해 MBC측도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예심에 참여하지 못한 회원들을 이해시키고 통제했어야 했는데, 그 회원들과 MBC측이 직접 부딪치게 방관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전남농업경영인 대회라는 큰 행사 주최능력을 의심하게 하는 대목이다. 2박 3일기간 동안의 대회를 열면서 작은 소동조차 통제하지 못하고 몇몇 큰 목소리(당시 소동을 일으킨 영광지부 회원들에게서 강한 술냄새가 풍겼다고 한다)에 휘둘리는 상황이 연출됐다는 것이다.
한편 방송책임자의 사과과정에서 방송국 팀원 내에선 인정할 잘못을 하지 않았는데 사과를 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고 한다.
필자는 방송 책임자가 무대 위에서 한 사과는 잘잘못을 떠나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본다. 그 많은 장비와 인력, 출연진을 동원시킨 상황에서녹화를 취소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