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남 님의 시입니다
- 작성일
- 2001.08.23 10:24
- 등록자
- 천OO
- 조회수
- 2327
나의 약점
김 영 남
고것이 형편없다며,
아니 너무 작다며
내 고충을 제일 잘 알고 있는 마누라가
밤마다 괴롭혀오면 난 정말 죽을 지경이 됩니다.
형편없는 게 어디 이것뿐이겠습니까만
마누라가 베개맡에서 나의 제일 민감한 포인트를
아예 노골적으로 불평해오면
나는 결혼한 것이 정말 후회스럽습니다.
더욱이 이를 개선할 돈도 없으니......
밤이 되는 것이 무서워집니다.
그러나 그렇게 밖에 물려받지 못한걸 어떡합니까?
그렇다고 옆집 아저씨에 견주고,
대학 동창들한테까지 비교하면
내 얼굴이 뭐가 됩니까?
난 또 어떻게 고개를 들고 거리를 다닙니까?
말이 났으니 터놓고 한번 얘기해 봅시다.
그것이 큰 게 좋다고 생각하십니까?
그것은 크기의 문제가 아니라
기능의 문제입니다.
아무리 으리으리한 기둥과
튼튼한 지붕 같은 것으로 만들어졌다 하더라도
부드러운 손, 따뜻한 가슴이 없으면
그건 말짱 헛것이에요.
그건 따뜻한 아랫목과 향기로운 이야기가 존재해야
진정한 의미의 그것이 될 수 있는겁니다.
당신, 너무 큰 것만 좋아하지 마세요.
침실이란 작은 것이 더 따뜻하고 아늑해요.
안 그래요 침실이란?
김영남 님은 장흥 대덕 분토가 고향이랍니다. '천관'지 7월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