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무래도 콩나물인가 보다
- 작성일
- 2001.09.10 09:07
- 등록자
- 다OO
- 조회수
- 2187
(배달 메시지 39-1호)
---------------------------------------------------
글쓴이 : 스파이드 퍼온곳 : 다산방 자유게시판
제 목 : 공무원이 노동자로 인식 되어야 하는 이유
주 소 : http://dasan.new21.org/2001.html
우리사회는 언제부터인가 공무원을 노동자로 보고 있지 않습니다.
해서 5월1일 근로자의 날에 은행이나 기타 공공기관의 임직원들은
놀아도 공무원들은 제외 됩니다.
공무원도 마땅히 정부라는 사용자에 고용되어 국민이라는 고객을
위해 정신적, 육체적 노동력을 제공하는 이땅의 자랑스런 노동자임에
틀림 없습니다.
노동은 인간이 살아가기 위해 행하는 모든 생산활동으로
올바른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사회구성원 모두가 노동의 신성한 가치를 제대로
인식해야 하는데
우리 공직사회는 노동자 집단이 아니라는 잘못된
고정관념으로 스스로 부패하고 있으니
나름대로 그 사례를 나열 해
봅니다.
1. 공무원이 노동자가 아니라기에
하루종일 할일없이 놀며, 시간떼우기에 급급한 일부 고위간부들이
철야근무, 휴일근무등으로 혹사당하며 시민에게 노동력을 제공하는
말단직원보다 턱없이 높은 급여와 사회적 대우를 받게 되었습니다.
2. 공무원이 노동자가 아니라기에
구조조정할때 노동력이 엄청 필요한 일선부서의 손발은 다 짤라버리고
노동을 아주 싫어하는 사람들의 자리만 잔뜩 늘려 놓았습니다.
3.공무원이 노동자가 아니라기에
산불 수해등 각종재해에있어 공무원들이 대처를 해야하나
노동력이
아닌 다른 무엇?으로 해결해야 하는데
많은 공무원들은 그 방법을 몰라 사고예방이나
초동단계의 진압이 어렵게 되어 버렸습니다.
4.공무원이 노동자가 아니라기에
일많고 힘든부서에 배치되면 좌천되었다고 절망하고 일없이 노는
부서에 배치되면 인정받고 있다고 자만하는 풍토가 되었습니다.
5.공무원이 노동자가 아니라기에
죽자사자 일해봐야 무슨일 했는지
도량이 안돼 생색도 낼수없고 차라리 처세술에 관심을
가지는 쪽이 출세의 지름길이라 여기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6.공무원이 노동자가 아니라기에
본연의 업무에 몰두하다가도 단체장 홍보행사가 있으면
하던일 군말없이 팽개치고 끌려다녀야 하는 개신세가
되고 말았습니다.
7.공무원이 노동자가 아니라기에
노동의 신성한 가치를 몰라
직급이 올라갈수록 허드렛일을 하는것은
품위를 손상하는 행위라
하고싶어도 애써 참아야 하는 세상이 되고 말았습니다
8.공무원은 노동자가 아니라기에
어떻게 사느냐보다 무엇이되느냐가 관심거리인 세상이
되어 버렸습니다.
9.공무원이 노동자가 아니라기에
주변에서 각종 탈법, 불법이 횡횡해도 올바른놈 끼리 한번모여
소리한번 내어보지 못하는 세상이 되고 말았습니다.
10.공무원이 노동자가 아니라기에
공무원을 고용한 정부에서는 공무원들이 전국 방방곡곡에서
기관별 부서별로 도데체 무슨일들을 얼마만큼 하며 지내고 있는지
대한민국 정부수립 반세기가지났건만 아직까지 파악조차 제대로
못하고 있습니다.
(배달 메시지 39-2호)
---------------------------------------------------
글쓴이 : 산마루 퍼온곳 : 다산방 자유게시판
제 목 : 야아야! 큰 아아가 노조하나?
주 소 : http://dasan.new21.org/2001.html
하늘이 한껏 높아져
고추잠자리 날기 좋은 9월의 토요일
목소리 한 번, 얼굴 한 번 뵌 적없는
증조부님의 기일이더이다.
두달 전 시어머니 3년째 기일을 마치고
마당 가득한 풀들을 다 베고 뽑았건만
문닫아 둔 빈 집엔
웬 풀이 그리도 많더이까?
해질녁 예취기로 두시간이나 마당과 뒷산턱에서
베낸 풀들로 마당 가운데 모깃불을 피웠더니
젖은 풀 타는 냄새가 코끝이 매캐하니
그래도 괜찮더이다.
친정 큰조카를 끔찍이도 사랑하여
질부(姪婦)마저 아끼고자 우리집 경조사에
빠짐없이 오시는 팔순이 다 되신 막내고모님...
- 큰 아아야 ! 니 웃옷에 그기 뭐꼬?
- 아, 예 고모님, 이거예?
이건 우리 공무원들의 노조도입을 위한 캠페인용 리본입니더
- 캠페인용 리본?
참, 저번에 웃동네 당숙 말 들으니께
니가 노존가 뭔가 한다고 걱정이 많던데.....
질부(姪婦)야 ! 그라모 큰 아아가 노조하나?
- 고모님, 노조는 아직 못됐고예
공무원노조를 맹글기위해 열심히 준비를 하고 있십니더
- 그라모 큰 아아는 괜찮나?
잡히가거나 직장에서 모가지되는건 아이가?
- 그라문예, 그라믄 지가 가만 있겠십니꺼?
만약 잡히가거나 모가지돼도 우리 직협 응원군이 얼만데예
90만명입니더. 90만명 예에...
- 그래에, 그라모 질부(姪婦) 니만 믿는다이
둘이다 단디 해라이
그래도 큰 아아야 ! 그 리본은 떼고 절해라
- 리본을 떼고예?
- 아입니더, 고모님
리본을 달고 절을 해야 증조부님께서도 도와주셔서
우리 공무원 노조가 빨리 될거 아입니꺼?
당신은 그냥 리본달고 절하이소
- 그래예, 고모님 그냥 달고 절하께예
우리는 공무원노조로 가야합니더...
자정을 넘어 7명의 증손자중 혼자 절하는
남편의 깨끗한 윗옷엔
"공무원 노동기본권 회복"의 감색 리본과
"쟁취 - 기자실 반납"의 황금색 리본이 짝을 이뤄
가을바람 촛불에 눈이 부시고
서쪽하늘을 향하던 보름달은
등 뒤에서 크게 웃고 있더이다.
사 족 : 올 추석엔 90만 공무원 모두가
우리의 노조도입이 쬐끔이라도 빨리 앞당겨지도록
"공무원 노동기본권 회복"의 리본을 달고
정성을 모아 차례를 지낸다면 얼마나 좋을까?
=조상을 잘 모시면 반드시 좋은 일이 있다던데.....
--- 산마루 생각 ---
(배달 메시지 39-3호)
---------------------------------------------------
글쓴이 : 뭉크 퍼온곳 : 다산방 자유게시판
제 목 : 나는 아무래도 콩나물인가 보다
주 소 : http://dasan.new21.org/2001.html
지난 겨울 이웃돕기 쌀을 혼자 사시는 할머니댁에 갖다 드리고
만날 때마다 "선상님"이라 부르며
할머니의 인사를 받을 때는 민망스럽기만 합니다.
가정방문으로 알게된 할머니께서
언젠가 심심풀이 화투를 치시다 나를 보고는 생각난 듯
집에서 가지고 오신 식혜 두 깡통을 부끄러운 듯이 내어주실 때
나는 내 할머니에게서 받은 사랑을 받는 듯 했습니다.
혼자 몸으로 수족이 불편한 노모를 봉양하다 돌아가시자
막막해 하던 할아버지를 위해
동료직원들과 함께 장례를 치뤄 드리고
삼오 끝나던 날 인사조차 잊은채
눈물을 떨구시던 할아버지의 모습이
그래도 공직에 있음을 가슴 뿌듯하게 하였습니다.
더운 여름날 무단투기 쓰레기에
구더기가 슬고 악취가 진동하는 쓰레기 더미를
목장갑을 파고드는 물기에 등골이 오싹하고
마스크 없이 코 끝을 찌르는 악취에 진저리를 치는데
고무장갑을 끼고 와서 말없이 거들던 쌀집아저씨
막걸리나 한잔 하고 가라고 잡던 굵은 팔뚝이
나의 일상보다 잔잔했습니다.
관내 순찰을 돌며 낯선 분들로부터
"아이고, 수고하십니다!"는 인사를 받을 때는
내 허리도 저절로 숙여집니다.
"그때는 참, 고마웠습니다" 내 머리 속에서는 지워진 일이
그의 머리에서는 아직 남아 있어 뒤늦은 인사를 하며
손목을 끌고 음료수라도 마시고 가라며 붙잡을 때는
못내 사양을 하지만
내 마음은 이미 그분의 정성에 촉촉이 젖어 있습니다.
보수명세서를 건넬때마다
수고하셨다는 말을 잊지 않는 아내,
다른 직원들이 기피하는 부서로만 떠다니는
능력없는 남편을 기둥삼아 살고 있는 그네와
12시간 고된 노동으로 일그러진 내 어머니,
누가 묻기도 전에 큰아들이 공무원이라 말씀하시던
돌아가신 어머니의 믿음이
그리고,
뜻밖의 분들에게서 받는 격려의 말 한마디가
나의 공직생활의 든든한 기둥입니다.
때로 지치고, 힘이 들 때
우연히 만나는 작은 감사의 말 한마디가, 작은 정성들이
공직 안에서 아직 아이일 수밖에 없는 나의
키를 자라게 합니다.
아무래도, 나는 콩나물인가 봅니다.
【사 족】
아직 한탄할 무엇이 남아 있다는 것은
아직 희망이 남아 있다는 뜻일 겝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