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정부가 공무원조직 양분을 유도하고 있다.
- 작성일
- 2001.09.10 23:59
- 등록자
- 오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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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15
" 정부가 공무원 조직 양분을 유도하고 있다"
<인터뷰>전공련 차봉천 위원장
조호진 기자 tajin119@lycos.co.kr
▲ 전공련 차봉천 위원장
ⓒ2001 조호진
전공련 소속 공무원들의 노동기본권 보장 주장과 잇따른 집단 행동에 대해 사법조치와 징계로 일관하던 정부가 단체행동권을 제외한 부분적 노조허용 방침을 언론에 흘리면서 공무원 노조문제가 제도권으로 흡수되는 듯 했다.
그러나 정부가 전공련을 계속 불법단체로 규정하면서 대화상대로 인정하지 않고 있어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발맞춰 노사정위도 전공련을 회의참가 대표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정부는 반면에 온건한 입장을 띤 '발전연구회'와 '대한민국 공무원노조준비위'를 파트너로 삼으려는 의도를 보이고 있다.
전공련은 정기 국회에서 공무원 노동기본권 보장을 통과시키겠다는 입장이다. 법안이 통과되지 않을 경우에는 법외노조로 간다는 방침을 세운 전공련은 오는 11월 4일 2만∼3만 명이 참가하는 전국 공무원대회를 열어 정부를 압박한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8·9일 이틀동안 전남 광양에서 열린 '광양, 영도, 오산 형제직협 수련회'에 참석한 전공련 차봉천(55) 위원장은 투쟁을 통해 노동기본권을 쟁취하겠다는 분명한 입장을 거듭 밝혔다.
차 위원장은 전공련이 민주노총과 연대하자 한국노총이 '발전연구회' 등 친 정부 성격의 공무원 조직을 PSI(국제공공노련)에 인준해주도록 요청하고 있다면서 이 같은 태도는 공무원 조직을 양분시키는 반노동자이고, 조직 이기주의적인 태도라고 지적했다.
차 위원장으로부터 정부의 노조허용 이후의 진행과정과 전공련의 향후 일정과 입장을 들어보았다. 다음은 차 위원장과의 인터뷰 내용이다.
-정부가 언론에 공무원노조 허용 의사를 흘리면서 전공련과 정부의 대결국면이 대화국면으로 접어든 느낌을 주었다. 그 동안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
"정부의 전공련 지도부 체포영장 발부에 항의하기 위해 명동성당에서 펼친 한 달간 농성과 부산 전국공무원대회 강행으로 공무원 노동기본권 요구가 사회문제로 부상하자 정부는 악화된 여론을 무마하기 위해 언론에 공무원노조 허용의사를 흘렸다.
그것은 공식 발표가 아니었다. 정부는 노사정위원회의에서 공무원노조 문제를 다루겠다고 했지만 공무원이 원하는 법안을 통과시킬 의지는 없다. 다만 노사정위를 동원해 논의하는 것처럼 위장하고 있을 뿐이다.
현재 노사정위 일정으로는 정기국회에서 공무원 노동기본권 관계법을 통과시킬 시간도 없고, 행자부도 금년 안에 노조 허용 의지가 없음을 확인하고 있다."
-정부가 전공련을 계속 불법단체로 규정하고 있는데 앞으로 어떻게 할 계획인가.
"전공련은 6.9 창원집회에서 밝힌 것처럼 금년 정기국회에서 통과되도록 최대한 노력을 할 것이다. 만약 허용되지 않을 경우에는 법외노조로 간다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 오는 10월 13·14일 양일간 열리는 전공련 대의원대회에서 법외노조로 가기 위한 구체적 일정을 확정짓고 노조 형태를 정할 계획이다.
전공련과 49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공대위는 각 당 정책위 의장과 당 대표를 만나 노동법 개정을 촉구할 예정이다. 또 의원 발의를 통해 노동법안을 상정하고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뒤 반대의원들이 공무원노조를 찬성하도록 적극 설득할 계획이다."
-정부가 공무원 노조문제를 노사정위에서 해결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전공련을 계속 불법단체로 규정하고 있는데, 대화로 풀릴 수는 없는 건가.
"노사정위원회와 행자부는 여전히 전공련을 불법단체로 규정하면서 상대를 거부하고 있다. 노상정위는 지난 5월 공무원노조문제 토론회에서 전공련 앞으로 공문을 보낸 사례가 있다. 그런데 태도를 바꿔 전공련을 정식단체로 인정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것은 노사정위 소위에 참여한 행자부 관료들이 개입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행자부는 노사정 회의참석 공문을 전공련 대표 명의가 아닌 부평구직협 회장인 고광식 사무총장 앞으로 보냈다. 전공련을 무시하는 노사정위의 태도에 항의하는 뜻으로 불참입장을 전달했다.
우리는 노사정위를 인정하지 않는다. 이 기구는 노사문제의 독립적인 의사결정권이 없다. 결정권도 없는 노사정위에 끌려다닐 수는 없다. 행자부는 전공련 탄압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자 공무원노조를 인정할 듯 했지만 여전히 탄압을 멈추지 않고 있다."
-전공련 이외에도 공무원노조를 준비하는 조직이 있는 것으로 안다. '공무원발전연구회'와 '대한민국 공무원노조준비위'라는 조직과 전공련의 차이는 무엇인가.
"2000년 3월에 40여 개의 직협 회장들이 모여 '공무원직협발전연구회'를 만들었다. 당시에는 개별 직협 회장만이 참여한 친목단체 성격이었다. 8개월 가량 운영하다 한계를 느끼면서 그해 12월에 이사회를 개최해 12인 공동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그리고 올해 2월 4일 임시총회를 열어 '전공련'으로의 명칭 변경과 단일 지도체제로 확정짓기로 하고 공무원들을 회원으로 확대키로 했다. 공무원 노조를 준비하기 위한 준 노조 성격을 띤 조직으로 발전한 것이다.
그런데 민주적 절차에 의한 총회 결정을 공동대표였던 일부가 불복했다. 합법적 활동을 주장해 온 이들은 총회 결정에 부담을 느끼면서 실체가 없어진 발전연구회로 남겠다고 억지를 부린 것이다.
그 뒤 3월 24일 대의원대회에서 집행부가 구성되면서 공무원들로부터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전공련이 정식 출발했다. 그러나 일부 반대자들은 실체가 없어진 발전연구회 이름을 사용하면서 정부 주장에 들러리를 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전공련이 정부 탄압에 맞서 투쟁과 농성 등으로 공무원노조를 인정하는 분위기를 만들자 재빨리 '대한민국 공무원노조준비위(이하 공노준)'라는 조직을 급조했다. 이들은 발전연구회 멤버가 마치 전 공무원을 대표하는 것처럼 위장하기 위해 명칭을 확대하는 등 위장전술을 쓰고 있다.
이것은 발전연구회가 공무원들로부터 외면 당하면서 고사직전에 처하자 정부는 조직을 양분시키기 위해 교묘한 술책을 사용한 것이다. 기업이 노·노 싸움을 부치 듯이 정부는 공무원끼리 싸움을 부치기 위해 발전연구회를 지원하고 있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공무원 조직을 산하 조직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노력하는 것으로 안다. 두 개 노총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가.
"전공련이 민주노총과 연대해 활동하자 한국노총은 발전연구회를 지원하면서 공무원 조직을 양분시키는 어처구니없는 일을 저지르고 있다.
최근 한국노총은 PSI(세계공공노련)에 공문에 보내 급조된 '공노준'을 인정해달라고 요구했다. 노동자를 단결시켜야 할 노총이 두 개로 분열시키는 터무니없는 행위를 하고 있다. 빠른 시일 내에 한국노총의 반 노동자적인 모습을 준엄하게 꾸짖는 공문발송을 하고 상식이하의 행위를 문제 삼도록 할 것이다."
-전공련과 발전연구회가 공무원들의 대표조직임을 서로 주장하고 있다. 전공련은 과연 공무원들로부터 정통성을 인정받는 조직인가?
"노조는 자주성, 투쟁성, 민주성을 갖춰야 한다. 그런데 발전연구회와 공노준은 정부 입장을 비호하고 대변하면서 공무원노동자들의 뜻과 정반대 행동을 하고 있다. 전공련은 그 동안 명당성당 농성, 창원 6·9대회, 부산 공무원대회 등을 통해 공무원의 이익을 대변하는 자주적인 조직임을 보여주었다. 다만 정부가 공무원의 분열을 일으키고 국민들에게 혼선을 주기 위해 공무원 조직끼리 양분하는 모습을 유도하고 있다."
-전공련은 정부가 공무원노조 건설을 방해하기 위해 발전연구회를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어떤 식으로 방해하고 이용하고 있는가.
"행자부는 공무원들로부터 외면 당한 발전연구회와 공노준 대표를 노사정위에 참석시킨 반면 전공련 대표는 참석을 차단시키고 있다. 행자부는 또 출범을 준비중인 각 기관과 지역별 직협의 엄무부서 책임자에게 창립을 유보하도록 압력을 행사하거나 발전연구회에 소속되도록 유도하고 있다."
-발전연구회가 인감증명폐지, 국감반대 등의 주장을 펴면서 공무원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반면 전공련 내부에서는 지도부가 투쟁일변도라고 지적하며 정책부재의 책임을 지적하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발전연구회는 투쟁할 의지도 힘도 없다. 이들은 공무원들로부터 정통성을 인정받지 못하자 행자부와 협조하면서 공무원들이 원하는 주장으로 인기몰이를 할뿐이다. 하지만 이것 또한 인감증명 폐지에 대한 토론만 했지 결과물을 만들지는 못한 채 순간적인 공론화에 그쳤다.
언론플레이로 공무원을 속이고 국민을 기만하는데 그친 것이다. 공직사회 개혁과 공무원의 요구를 관철시키는 길은 공무원노조라는 힘이 뒷받침될 때 가능하다. 정부가 전공련을 불법단체로 규정하면서 상대조차 하지 않는데 아무리 좋은 정책을 건의해도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힘이 없는 정책개발은 종이조각에 불과하다."
전공련은 노조관철에 전력을 쏟는 것을 일차적 목표로 삼고 있다. 공무원들에게 잘못된 공직풍토를 개선하기 위한 스스로의 자성과 자정결의를 통해 자기를 반성하고 혁신하는 모습이 필요하다고 요청하고 싶다."
-PSI(국제공공노련), ILO(국제노동기구) 등과 연대해 공무원노조 결성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이들 노동기구는 한국정부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그리고 전공련은 이들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가.
"지난 3월 24일 전공련 대의원총회에 PSI 한스 사무총장이 참석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PSI의 실질적 대표인 한스 총장을 초청하기 위해서는 6개월 전에 약속을 해야 일정을 잡을 수 있다.
그러나 PSI 협조가 절박함을 호소하면서 한국 방문을 요구하자 한스 총장은 한국의 긴박한 상황을 이해하고 다른 일정을 취소한 뒤 참석했다. 한스 총장은 단전 상태에서 열린 서울대에서의 대의원대회와 한국 정부의 부당한 태도를 직접 확인하고 돌아갔다.
한스 총장은 한국 공무원 노동자들이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탄압을 떨치고 노동기본권 쟁취를 위해 투쟁하는 모습에 감명을 받았다고 했다. PSI는 전공련의 정통성, 선명성, 자주성, 투쟁성을 잘 알고 있다. 현재 PSI에 가입원서 제출을 준비하고 있으며 앞으로 국제연대를 통해 지원하고 협력하는 관계로 발전할 것이다."
-평범한 공무원에서 투쟁가로 변신했다. 직접 투쟁현장에 뛰어들면서 무엇을 느꼈는가. 그리고 어려움이 있다면 무엇이 있는가.
"투쟁을 통해서만이 정당한 권리를 확보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공무원 노동기본권은 헌법에 명시됐지만 정부는 헌법을 무시하며 공무원의 기본권을 억압하고 있다. 한국에서의 노동자 권리확보는 말로는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부는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가 신고필증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이자 즉시 신고필증을 내줬다. 반면에 파업을 하지 않는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노조는 동일한 조건임에도 신고필증을 내주지 않고 있다.
기자나 주위 사람들이 정부의 탄압과 사법조치가 힘들지 않느냐고 묻는다. 물론 공무원들은 신분상 박탈이나 징계를 두려워한다. 그러나 전공련 대표를 맡으면서 사법조치와 파면을 각오했기에 담담히 받아들이고 있다.
다만 안타까운 것은 공무원들이 힘을 하나로 합쳐 노동기본권을 확보해야 하는데 판단력이 부족한 일부 공무원들이 정부와 대화로 얻어낼 수 있다는 환상을 갖고 있어 답답하다.
노동자는 자신의 권리를 투쟁으로 얻어낼 수밖에 없다. 특히 50여 년을 정부의 통제아래 권리를 박탈당한 공무원들은 일반 노동자 못지 않은 투쟁을 강행해야 자신의 지위를 확보할 수 있다."
-향후 활동계획에 대해 말해달라.
"10월 24일부터 11월 3일까지 PSI 아태지역회의가 서울에서 열린다. 회의가 끝나는 11월 4일 서울에서 전국공무원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PSI 각 나라 대표들이 합류하는 서울 집회는 2∼3만명의 공무원이 참여하는 가장 큰 대규모 집회가 될 것이다."
ⓒ2001 조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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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작불을 점화하는 차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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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가 가족과 함께 투쟁가요를 부르는 차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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